오늘은 보험계리라는 낯설고도 흥미로운 분야의 입성한 이원빈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분주히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 광장에 서서 좌우를 둘러보니 높은 빌딩에는 저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많은 취직 준비생이 목에 사원증을 걸고 저 빌딩에서 근무하기를 꿈꾼다.
광화문에 위치한 현대해상화재보험 건물에서 이원빈(28)씨를 만났다. 이씨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취직과 매경TEST, 보험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지난 1월 현대해상 계리/수리/리스크관리 직무로 장기상품부 상품개발팀에 입사한 이원빈(27)입니다. 서강대에서 경제학과 수학, 보험계리학을 전공했고 학점은 4.5점 만점에 3.41점으로 졸업했습니다. 토익은 865점을 받았고 한국보험계리사 1차 시험 합격, SOA(미국보험계리사협회)시험 필기 합격 등 자격증이 있습니다. 전에 기사들을 보니까 이런 부분들도 다 공개를 하시는 것 같아 자세히 말씀드렸어요. (웃음)
Q. 보험계리학이라는 전공이 있나요?
A. 서강대에는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전공을 기획하고 학과장의 승인을 받으면 제 전공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저는 보험업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 보험계리학을 선택했어요.
Q. 매경TEST는 어떻게 응시하게 되셨나요?
A. 부평경찰서에서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당시 매테에서 최고등급(800점 이상)을 받으면 2박3일간 특별외박을 주는 포상제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거다 하는 생각에 처음 매테에 응시하게 됐습니다. 친한 선임과 함께 스터디를 구성해 방과 후 6시부터 자기 전까지 꾸준히 공부를 했어요. 원래 경제학과다 보니 경제는 원리 위주로 공부할 수 있었는데 경영은 아무래도 기반이 없다보니 어려움을 겪었죠. 경영은 문제 풀이를 주로 했습니다. 매일 매일경제를 구독하며 시사부분을 준비했구요. 매테 홈페이지에 정리돼있는 경제경영용어도 틈틈이 찾아보며 공부했어요. 외박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결과 전국 3등 해서 최우수상 받았습니다 하하. 이걸로 경찰서장 상도 받았어요. 같이 공부한 선임도 당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Q. 입사 과정에서는 매테가 어떻게 도움이 되셨나요? 특히 계리직에는 어떤 연관이 있었나요?
A. 얼핏 계리직과 매테가 연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현대해상 채용과정을 보면 서류전형을 거쳐 상황판단이나 인성, 토론 능력을 보는 실무진면접, 임원면접의 순서로 입사절차가 이뤄져요.
먼저 매테를 준비하며 경제신문을 읽는 습관이 들고 관련 상식이 풍부해졌다는 점을 들고 싶어요. 기업이 하나의 경제주체다 보니 신문에 등장하는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는데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기소개서를 쓸 때 훨씬 수월했습니다.
면접에서도 경제시사상식 덕을 봤는데요, 4차 산업혁명과 보험사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면접에서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얼핏 연관 없는 분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율자동차나 스마트밴드가 대중화 된 이후의 보험업에 대해 설명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계리 직군으로 입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보험계리사 시험에서 최종합격을 했거나 2차 시험 부분합격을 한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1차 통과밖에 없으나 면접에서 점수를 따서 통과한 것 같습니다.
둘째는 경제 실력을 들고 싶습니다. 사실 경제도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계리사와 크게 연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 자체가 경제 효용이론에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는데요, 기댓값이 같아도 소득이 오르는 것보다 소득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리스크 회피성향에 보험은 기반하고 있습니다. 좀 더 원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할까요.
매테로 공부한 경제실력은 보험계리사 시험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1차 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저는 경제에서 90점이 나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죠. 매테는 많은 시험에 기본 단계로 시작하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테의 장점은 취직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만족도가 높은 시험입니다. 일단 혜택이 많은데요, 저는 매테를 통해 이스라엘을 다녀왔고 상하이에서 글로벌금융을 경험하고 온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경제 이슈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경제 지식의 깊이가 더해진 것은 미래 커리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스라엘에서 기업가정신을 체험했다고 들었습니다. 후기를 부탁드려요.
A. 매경과 이스라엘대사관에서 주최한 창조경제 에세이 콘테스트에 참여했어요.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고 현지 기업가정신을 경험하는 기회가 주어졌거든요. 1차는 영어와 매테 점수를 봤는데 저는 최우수상을 받았으니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2차는 창조경제라는 틀에서 에세이로 한국과 이스라엘이 협력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수자원 협력 방안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뽑혔습니다.
문화적 차이가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인간관계의 규칙이 그쪽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도 독특한 국가였어요. 창업과 엔젤투자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학생들의 의욕도 국내 학생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방문기간 내내 창의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험업은 규제산업이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지만 이스라엘의 창조적인 마인드를 접목한다면 더욱 발전적일거라고 생각했었죠. 이스라엘 경험에서 얻은 생각들은 입사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보험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꿀팁‘을 주신다면?
A. 음..보험 상품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과 회계기준변경이 겹치며 보장성상품이 부각된다는 이슈도 있을 수 있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노령의 고객이나 유병자 환자를 위한 간편심사보험도 뜨고 있구요. 이런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상품을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문기사와 뉴스를 관심있게 보시면서 산업과 사회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하시면 좋을 듯 해요.
Q. 현대해상과 보험업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저는 보험이 착한금융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확률로 불이 나면 1억 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하면, 1%의 확률이라도 일어날 경우 전재산을 탕진하게 되는거잖아요. 그런데 100만원의 보험이 있으면 기댓값은 똑같더라도 보험 가입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효용을 높여줘요. 사회적 효용이 늘어나는 거죠. 저는 그래서 보험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봐요.
현대해상은 창의적인 보험을 많이 개발하는 회사에요. 몇 가지 간단한 조건만 충족되면 간단히 가입할 수 있는 간편보험을 만든 회사기도 해요. 저도 이런 창의적인 보험을 만들어 사회의 효용을 좀 더 높이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질문을 마지막으로 이원빈씨와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에선 신입사원의 의지와 고단함이 함께 느껴졌다. 퇴근시간대 광화문광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가는 많은 직장인들 사이로 이씨는 멀어져갔다. 그 안에서 그가, 다시 한 번 빛나길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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